- 미야가 대학생, 카게야마가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미야 아츠무는 꽤 예민한 편이었다. 여러 번 합숙에 참여했음에도 낯선 곳에서 잠을 청할 때면 곧잘 잠을 설쳤다. 익숙해지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고, 기껏 잠이 들어도 소리에 민감해 여럿이 함께 자는 자리에선 깊은 잠을 자는 걸 일찌감치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잠을 설친 미야 아츠무는 평소보다 포악해졌다. 때문에 그와 몇 개월이라도 알고 지낸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이 있었다. 잠을 설친 날의 미야는 함부로 건들지 말 것. 그러니까 지금처럼 기숙사를 나가 새로운 집으로 들어간 지 고작 며칠밖에 지나지 않은, 그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기분이 바닥을 칠 게 분명한 날의 미야, 같은.


  미야는 미소 띤 얼굴로 교문을 들어서며 그 앞에 모여 있는 동기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점심쯤이니 기숙사에 사는 놈들끼리 밥 먹으러 가려고 나온 참이었겠지. 미야와 1년, 혹은 그 이상을 알고 지낸 친구들이 미야를 보고 잠시 놀란 얼굴을 했다가 조심스레 눈치를 살피는 게 느껴졌다. 표현은 안 했지만 미야는 이토록 눈치 빠른 친구들을 제법 좋아했다.


  “왜들 그러고 서 있어? 못 볼 사람 본 것처럼.”


  이사를 한 뒤 며칠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미야가 이런 상태일 땐 친구들도 굳이 미야를 불러내지 않았다. 공연히 좋지 않은 소리만 듣는다는 걸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적당히 상태가 괜찮아진 미야가 먼저 연락하길 기다리는 게 모두에게 이로웠다. 그런데 이사 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지금 미야가 갑자기 학교에 올 줄은 몰랐겠지. 미야 본인이 생각해도 조금은 가증스러운 말에 금세 변하는 표정들이 꽤 볼만했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미야를 믿을 수 없다는 듯 가늘게 뜬 눈으로 가만히 그를 응시해오는 꼴이 좀 웃기기도 했고.


  “왜들 이러고 서 있냐니까. 점심 먹으러 가려던 거 아니야?”

  “잠, 잘 잤냐?”


  친구 한 놈이 총대를 멘 듯 물어왔다. 미야가 어깨를 한번 으쓱였다.


  “잘 잤을 리가. 알면서 뭘 물어.”

  “근데….”


  말은 ‘근데….’에서 멈췄으나 이어질 말이 무엇이었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근데 네 놈 기분은 왜 좋아 보이는 건데? 대충 이런 말이었겠지. 그거야, 당연했다. 오늘은 토비오 군이 오는 날이니까. 하지만 굳이 말해 줄 필요는 없겠지. 미야는 대답 없이 빙긋 웃어 보였다. 친구 놈들이 자기 팔을 감싸는 게 보였다. 별것도 아닌 것에 소름 돋은 척 하기는. 과장이 심한 놈들이었다.


  “같이 가려고?” 


  조금 전 총대를 멨던 친구가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물어왔다.

 

  “밥? 아니.”

  “그럼 왜 왔어?”

  “볼 일 있어서. 안 가냐?”


  내쫓는 듯한 미야의 말에 친구 놈들이 한순간 짜증스러운 얼굴로 미야를 쳐다보곤 우르르 학교를 빠져나간다. 기분이 좋으니 저 정도는 넘어가 줄 수 있었다. 곧 카게야마가 올 시간이니 방해물들이 많아서 좋을 것도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역으로 데리러 가는 거였는데. 봄바람이 아직 선선한 게 날씨도 딱 좋고. 미야가 아쉬움에 작게 혀를 찼다. 조금 시간이 남아 교문이 내려다보이는 본관 앞 테라스에 앉아 카게야마를 기다리고 있자니 테이블 위에 올려둔 핸드폰이 울렸다.


 「죄송합니다, 미야 선배. 약속 시각보다 삼십 분 정도 늦을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앞뒤로 죄송하단 말을 전하는 메시지가 애인에게 온 거라기엔 너무 딱딱한데 그래서 카게야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괜찮으니까 천천히 와.」 답장했지만 썩 괜찮은 기분은 아니었다.


  카게야마가 도쿄행 신칸센 표를 끊었다고 연락해온 게 일주일 전이었고, 데리러 가겠다는 미야를 한사코 거절하다 결국 받아들인 게 바로 며칠 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젯밤에 연락이 왔다. 도쿄에 있는 중학교 선배가 카게야마가 도쿄에 오는 것을 알고 얼굴을 보자고 연락을 해왔단다. 카게야마는 선배만 잠깐 보고 미야의 학교로 직접 오겠다고 했다. ‘올 수 있겠어?’ 미야가 묻자 선배가 데려다주기로 했다고 쭈뼛대며 대답해왔다. 미야를 보러 도쿄에 오는 카게야마를 중간에 잡아챈 선배라는 사람이 괘씸하긴 했어도 오랜만에 볼 카게야마에게 짜증을 티 내고 싶지 않아 참았는데.

  상황이 어렵지 않게 그려졌다. 점심때니 밥을 사주겠다고 붙든 선배를 착한 토비오 군은 거절하지 못하고 따라간 거겠지. 미야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흘간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친구들이 생각하듯 상태가 좋지 않아 모습을 비추지 않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기분은 꽤 좋았다. 아무렴 카게야마와 함께 살기를 기다린 시간이 꼬박 2년을 채우고도 남았다. 효고에서 전화만으로 만족하며 1년을 견디고, 도쿄로 올라와 또다시 1년을 견뎌야 했다. 도쿄에 올라와서는 틈날 때마다 미야기에 찾아갔으나 얼굴을 좀 더 보게 되니 그것대로 감질나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게 견뎌온 시간이 곧 끝이었다. 학교는 다르지만, 함께 도쿄에 있을 수 있었다. 그러니 그깟 잠 좀 설친 건 대수도 아니었다. 카게야마와 함께 살게 되면 또 한동안 제대로 잘 수 있을 리 없었다. 이유야… 다르겠지만. 그 때문에 집안을 정리하는 데 며칠을 썼다. 미야는 비틀려있던 입꼬리가 기분 좋은 상상에 절로 올라가는 것을 느끼며 카게야마를 기다렸다.


  물론 그 선배라는 사람을 조금 캐묻기는 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그동안 캐내 왔던 거슬리는 사람 중 하나겠지. 중학교 선배라니 망이 좀 좁혀지긴 하는데. 그 중 좀 더 거슬리는 쪽이 생각나 미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래 봤자 더 만나게 둘 생각은 없으니 마지막 식사쯤이야 참을 수 있었다. 미야는 조금 관대해지기로 했다.


  카게야마는 정말 약속시각에서 딱 삼십 분이 지났을 때 학교 앞에 도착했다. 데려다주겠다던 선배와는 이미 헤어진 모양인지 언제나처럼 져지 차림을 한 카게야마가 홀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자주 와 본 곳처럼 망설임 없이 학교 안으로 들어오던 발걸음이 멈칫하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날 찾는 건가? 미야는 턱을 괴고 조금 더 카게야마를 지켜봤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눈이 한 곳에 고정된다. 아, 체육관을 찾고 있었나. 정문에서 꽤 거리가 있어 가까이 보이는 위치는 아닌데 기가 막히게도 찾아내지. 슬슬 전화를 할 때인 것 같았다.


  - 미야 선배?

  “응, 토비오 군. 도착했어?”

  - 네, 지금 교문 앞입니다.

  “그러게. 보이네.”

  - 어디세요?


  그러곤 또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귀엽기도 하지. 자리에서 일어나 교문 쪽으로 걸어가니 카게야마도 미야를 본 듯 꾸벅 인사한다. 여전히 손에는 전화를 든 채다. 미야가 먼저 전화를 톡톡 가리키곤 끊자 카게야마도 전화를 끊고 주머니에 넣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괜찮은데 대신에 학교 구경은 나중에 하고 어디 좀 가자.”

  “어디요?”

  “가보면 알아.”


  체육관 구경부터 하자고 할 것 같아 미야가 선수를 쳤다. 카게야마의 어깨가 아쉬운 듯 약간 쳐졌으나 결국 그러자며 고개를 끄덕여온다. 늦은 것 때문인지 평소보다 고분고분해진 모습은 또 그 나름대로 귀여웠다. 카게야마가 굳이 학교로 오겠다고 한 게 체육관을 구경하기 위함인 건 알지만 미야에게도 먼저 보여주고 싶은 게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미야가 버스를 타려는 듯 학교 앞 정류장에 서자 카게야마가 미야를 빤히 쳐다본다. 눈을 마주치니 “학교 근처가 아니었습니까?” 묻는 목소리가 퍽 반기는 목소린 아니다. 얼굴에도 희미하게 불만스러운 감정이 비친다. “별로 멀지는 않아.” 미야가 대답하자 입을 삐죽거린다. “오늘 다시 학교로 올 수 있는 겁니까?” 이젠 아예 불퉁함을 숨기지 않는 목소리였다. 고분고분해진 모습이 삼십 분도 가질 않네. 미야가 픽 웃었다. “토비오 군이 하는 거에 따라?” 마침 도착한 버스에 카게야마를 밀어 넣으며 미야가 미소 짓자 카게야마도 버스에 올라탄다. 무겁게 올라타는 발걸음부터 미련이 가득한 게 보이는데 안 가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 것마저도 귀여워 미야는 다시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이제 집을 보여줄 일만 남았다.



  함께 살기 위해 카게야마가 입학할 학교와 미야의 학교 중간쯤 위치한 곳에 구한 집은 일단 시끄러운 대학가를 벗어나 좋았다. 서로의 학교에서도 많이 멀지 않았고, 버스 정류장에서도 가까웠다. 버스에서 내려 오 분 정도 걸어 집 앞에 도착하니 카게야마가 여기가 어디냐는 듯 얼굴에 물음표를 띄웠다. 미야가 먼저 집에 들어서 카게야마에게도 들어오라 손짓하자 조심스럽게 들어오더니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가만 서서 미야만 쳐다본다.


  “우리 집 어때?”

  “미야 선배 집입니까?”

  “우리 집이라니까?”


  그제야 카게야마가 눈으로만 슬쩍 집을 훑는다. 구하는 것부터, 집 안을 꾸미는 것까지 적지 않게 신경을 썼다. 그러니 좀 더 돌아다니며 봐주면 좋겠는데.


  “나도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집 괜찮아. 익숙해지면 더 괜찮을 거야. 좀 더 둘러봐.”

  “기숙사에 사시는 거 아니었어요?”

  “응. 그랬어.”

  “근데 갑자기….”

  “토비오 군이 도쿄로 오는데 내가 왜 기숙사에 있어야 하는데?”

  “? 학교랑 가까우니까요.”

  “난 학교보다 토비오 군이랑 가까이 있고 싶은데.”


  좀 더 둘러보라는 말에도 더 둘러볼 생각은 않고 가만 서서 미야만 쳐다보며 말하는 모습이 우리 집이라는 미야의 말을 여전히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다. 일단 앉으라고 자리를 내주자 앉는 자세부터도 꼿꼿하고 또 어색하다. 이러니 영문을 몰라 점점 미묘해지는 얼굴도 당연했다. 이때다 싶어 조금 더 가까이 카게야마의 옆으로 붙어 앉아 허리에 팔을 둘렀다. 생각에 잠겨 미야가 다가온 줄도 모르던 카게야마가 문득 고개를 홱 돌려 미야를 쳐다본다.


  “제가 입학할 학교랑 좀 더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하신 겁니까?”

  “응.”

  “확실히 거리가 가까워지긴 한 것 같습니다.”


  알아챘다는 게 뿌듯한지 기쁜 기색이다. 근데 이 집이 저의 집이기도 하다는 건 아직도 모르는 눈치라 미야는 슬슬 답답해졌다.


  “토비오 군, 내가 왜 1년 동안 기숙사에 살았는지 알아?”

  “학교랑 가까워서 아닙니까?”

  “어차피 토비오 군이 도쿄로 오면 함께 살 집을 새로 구해야 할 텐데, 그 전에 1년만 살 집을 구하는 귀찮은 짓을 굳이 하고 싶지 않아서였어.”

  “…함께 살 집이요?”

  “응. 이 집. 우리 집이라니까. 토비오 군이랑 나랑 같이 살 집.”


  카게야마의 눈이 커지더니 펄쩍 뒤로 움직여 다시 주변을 둘러본다. “우리 집이라고요?” 씁, 일부러 붙었는데. 미야가 다시 한번 카게야마의 옆으로 붙었다. “그렇다니까. 어차피 미야기에서 통학 할 거 아니잖아.” “저는 기숙사에 살려고 했는데요.” 카게야마의 말에 미야의 얼굴에 서늘함이 서렸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랑 같이 살 부대끼며 살려던 거야, 설마? 그러고 싶어서 다른 학교 간 건가?”

  “아닙니다! 하지만 미야 선배도 기숙사에 사셨었고….”

  “난 1인실 살았어.”

  “그럼 저도 1인실에 살면….”

  “토비오 군 성적으로 1인실?”


  할 말이 없는 듯 굳게 다문 채 아랠 향하는 입꼬리에 미야의 표정이 함께 녹아내렸다. 허릴 감은 미야의 손이 어느새 카게야마의 옷 안으로 들어가 가슴과 배를 천천히 쓰다듬고 있는데도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다. 성에 찰 만큼 자주 만나진 못했으나, 볼 때마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익숙해지게 한 보람이 있었다.


  “생각해 봐, 토비오 군. 반년에 한 번 정도씩밖에 못 봤잖아, 우리.”

  “지지난 주에도 미야기에 오셨…”

  “토비오 군을 못 본 기간이 나한테는 반년 같았어.”


  카게야마가 대답하기 전에 고개를 돌리게 해 입을 맞췄다. 쪽쪽 소리를 내며 몇 번을 입 맞추니 할 말이 있던 듯 살짝 열린 입 그대로 눈을 감아온다. 이것도 익숙해지게 한 보람이 있었다. 허리를 감고 있던 팔로 확 끌어당기자 훅 끌려온다. 따로 살며 애써 시간을 내 몇 시간 정도 보는 거로는 부족하다는 걸 미야는 떨어져 지내는 2년 동안 충분히 느꼈다. 같은 학교여도 그럴 건데, 심지어 같은 학교도 아니다. 대학리그 중이나 시험기간엔 얼굴을 보기 어려울 게 당연했고, 미야는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만 토비오 군이 보고 싶었던 거야?”


  한참을 바짝 몸을 붙인 채로 만지작거리고 키스하던 미야가 천천히 입을 떼고 말하자 카게야마가 숨이 찬 듯 헐떡거리며 “아, 닙니다.” 대꾸해온다. 키스하며 숨을 쉬는 것만은 미야가 몇 번을 알려줘도 제자리걸음이었다. 어쩌면, 가쁘게 숨을 내쉬는 카게야마의 얼굴이 제법 야해 미야가 대충 가르친 건지도 몰랐다. 이제 숨 쉬라고 웃으며 머리를 한번 쓸어주니 겨우 숨을 고른다. 제대로 숨을 고르지도 못하고 바삐 대답한 말이 자기도 보고 싶었다는 말이니 그게 더 사랑스럽기도 하고. 미야의 입꼬리가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그런데도 나랑 안 산다고?”

  “그치만… 같이 살자고 한 분이 있었는데 제가 기숙사에 살겠다고 거절해서요.”

  “나는 애인이잖아. 그놈이 한 제의가 내가 한 제의랑 같을 수가 있어?”

  “미야 선배보다 나이 많은데….”

  “그래서, 그게 뭐?”


  남의 애인에게 같이 살자는 제의를 한 놈이 이상한 놈인데 왜 예의를 차려야 하지? 미야에겐 놈도 한참을 순화해 나온 말이었다. 설마 아까 만났다는 그 중학교 선배인가.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마음에 안 드는 짓만 하네. 속마음이 어떻든 웃는 낯을 한 미야에게, 카게야마도 뭐라 더 말하지 않고 입술만 오물거렸다. 미야는 카게야마가 아닌 사람에게 굳이 착하게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사실 모든 선배에게 깍듯하게 구는 카게야마를 그대로 두고 있는 것도 많이 견디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근데 왜, 같이 살자는 말에 이렇게 망설이지? 토비오 군에게만은 언제나 다정했는데. 미야가 입술을 뗄 때도 옷 속에서 빼지 않았던 손을 슬쩍 빼 카게야마의 체육복 바지 안으로 집어넣자 카게야마가 움찔거렸다.


  “어차피 졸업하면 실업팀에 들어갈 테고, 숙소 생활 해야 하잖아.”


  뒤로 몸을 뺄 새를 주지 않고 미야가 말을 꺼내자 카게야마가 그대로 멈춰 그 얘기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미야는 카게야마의 엉덩이를 부드럽게 간지럽히며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같이 살면, 우리 숙소 생활 할 때도 좀 더 편하지 않을까?” 한참 후의 얘기였지만 그때 함께 살지 못할 테니 지금이라도 함께 살자는 의미가 아니었다. 카게야마와 상대 팀으로 시합하는 재미도 놓치기 어렵긴 했으나, 역시 다른 놈과 숙소 생활을 하게 두는 건 끔찍했다. 대학교야 다르더라도 나와서 함께 살 수 있는데 실업팀에 들어가면 리그 동안은 꼼짝없이 숙소 생활을 해야 할 터였다. 미야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 카게야마를 다른 놈과 함께 두라니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도 카게야마가 앞으로 참석해야 할 합숙만 생각하면 피가 식었다.


  “저랑 같은 팀에 가시려고요?”

  “응. 내가 먼저 들어갈 테니 토비오 군이 내가 있는 팀에 오는 게 되겠네. 팀 선택은 상의해서 하면 되고.”


  그래서 다행이지 뭐야. 토비오 군이 먼저 들어가야 했다면 나 없이 1년을 다른 새끼와 함께 사는 걸 봐야 했을 텐데. 목 끝까지 나온 말을 애써 뒤로 삼켰다. 미야의 미소가 짙어지는 것이 짜증의 정도가 높아진다는 의미인 줄도 모르고 그의 미소에 조금 더 긴장을 푸는 카게야마를 보며 미야는 활짝 웃어 보인 후 바지 속에서 천천히 손을 움직여 살짝 튀어나온 앞을 약하게 잡았다 놓았다. 카게야마가 또다시 움찔했으나 이미 미야의 팔 안에 갇힌 상태였다.


  “하지만, 같은 팀에… 가는 게, 꼭 저희,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 잖아요.”

  “왜 안 돼? 너나 나나 탑인데 우리가 가려는 팀이 우리 팀이지.”

  “그, 래도….”


  카게야마의 말에 신음 섞인 숨소리가 섞이기 시작했다. 조금 전과는 다른 의미로 미야의 미소가 짙어졌다. “저 방도 볼래?” 미야가 조금 힘이 빠진 듯한 카게야마의 몸을 일으켜 침실로 이끌었다. 자는 곳이 번잡한 건 질색이라 침대와 이불장만 둔 방을 따로 두었다. 미야가 카게야마의 옷 안에 둔 손을 쉬지 않고 움직이며 카게야마를 이끌자 카게야마가 하릴없이 미야의 손에 이끌려 침실로 들어왔다.


  “어때? 우리 침실인데.”

  “침, 대가… 큽니다.”

  “둘이 쓸 거니까. 누워볼래?”


  카게야마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거부하는 움직임도 없었기에 미야도 거리낌 없이 침대로 데려가 카게야마를 눕히곤 바로 옆에 앉았다. 눕히며 자연스레 손을 뺐더니 탁해져 껌벅거리던 눈이 그새 도로 맑아지는 게 몸을 일으키려는 듯 했다. 미야가 싱긋 웃으며 카게야마의 다리를 누르고 올라타 앉았다. 윗옷을 벗기고 배에 키스하며 한 손으론 아래를 함께 자극하니 카게야마의 숨이 다시 가빠진다. “자는 방은 따로 두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아서.” 모르는 척 말을 꺼내자 카게야마가 대답 없이 숨을 몰아 내쉰다. 하기야, 자극을 주는 것을 쉬지 않았으니 대답할 여유도 없을 것이다.


  “근데, 토비오 군 섰네?”

  “미야, 선배가… 계, 속….”

  “그럼 고민은 천천히 하고, 일단 지금은?”


  미야의 말에 카게야마가 다시 한 번 크게 숨을 내쉬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을 진득하게 만져왔으니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거부한다고 해도 그러지 못할 때까지 몰아붙일 자신이야 있었지만.


  말로야 고민은 천천히 하라고 했어도 어차피 함께 살게 될 게 당연했기에 초조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미야가 늘 그렇게 되도록 해 왔으니 이번에도 카게야마는 결국 미야를 따르게 될 테고, 또 그래야만 했다. 금세 몸이 붉어진 카게야마의 바지를 벗기는 미야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가득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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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카게 합작에 참여했습니다!

합작주소는 http://miyakage.creatorlink.net/ 이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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